아테네 여행 매뉴얼

2025/03/23

아테네 여행 매뉴얼

기록을 시작하며

2025년 2월 말에 아테네에서 1주일간 있었다. 기록을 남기려 하니 시간도 꽤 지났고 여행 플랜을 미리 짜서 움직이지도 않았어서 시간대별로 쓰는 건 의미가 적어 핵심 지역들, 음식들 등 관련 정보들과 내 소감을 정리해보려 한다.

서사가 없으니 여행기는 아니고, 이 글 제목을 뭐라 할까 하다가, 아테네 이용법을 남긴다는 의미에서 매뉴얼이라 하기로 했다. 이 글은 제1편 아테네, 제2편 에게해 섬들, 제3편 델포이 및 그리스 산지, 제4편 이스탄불 매뉴얼 시리즈 중 첫번째 편이 된다.

항공편 및 다른 도시 여행

아테네는 현재 한국에서 직항편이 없어 어차피 환승을 해야 해서 나는 돌아오는 길에 이스탄불도 들르는 일정으로 다녀왔다. 멀리 유럽까지 가는 김에 아테네만 보고 오기는 아까운데 이스탄불 경유는 괜찮은 선택이었다. 물론 비용 때문에 중동 환승도 끼었지만, 가까운 이스탄불을 넣는 다구간 운임이 왕복 운임과 큰 차이가 안 나므로 같이 비교해보길 권한다.

역으로 이스탄불 여행을 생각하고 있다면 아테네를 추가하는 것도 좋겠다. 이 두 도시는 항공편으로는 매우 가깝다. 한국인은 인천-후쿠오카 정도를 생각하면 비슷한 정도이다. 정확히는 김해-후쿠오카 정도.

아테네를 가는 이유

Europe starts here.

고대 아고라 입구에 적혀 있는 문구.

볼만한 거라곤 돌 밖에 없는 도시.

아테네 경험자 지인의 평가.

한국에서 아테네까지 15시간 이상 비행기 타고 올 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위 두 문장 중 어느 쪽에 동의하느냐, 특히 첫째 문장에 얼마나 동감하느냐에 달려 있다.

유적에서부터 고대 그리스 문명의 흔적을 읽어내는 사람이라면 무척 흥미로운 도시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해변 등 경치 없는 그저그런 남유럽의 대도시인데 물가는 무척 비싼 곳일 뿐이다.

한국인들의 아테네 방문은 대부분 유럽 일주 여행의 일부분이거나 아니면 산토리니 등 에게 해의 섬으로 가는 도중의 경유지인 경우가 많다. 짧은 일정에서 압축해서 둘러보면 시내 관광은 1박 2일 정도로도 핵심은 다 볼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알아두면 좋은 지식들

이 도시는, 고대의 “그 폴리스"였기에 의미가 있는 여행지다.

그리스 신화와 그 이후 로마 제국 시절 역사까지의 기본적인 지식은 아테네 여행에서는 필수이다. 그리스 문명의 성립 과정도 알면 재밌는 박물관들이 많다. 모르더라도 설명을 보고 이해할 정도의 배경지식은 있으면 좋다. 특히 영문 설명을 많이 보게 되므로 그리스 신화에서의 영어 이름들까지 기억하면 더욱 좋겠다.

바꾸어 말하면, 그저 유럽을 보고 싶거나 미적 즐거움을 원한다면 아테네는, 물론 예쁜 볼거리 많지만 들이는 노력과 비용에 비해 효과적인 여행지는 아니다. (동행은 한동안 프라하 타령을 해댔다.)

아테네에서 보기

아크로폴리스

아크로폴리스

아크로폴리스는 아테네 관광의 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동행이 이후 보는 거의 모든 신전들에 대해 “파르테논 봤는데 이걸 또 볼 필요가 있을까?” 질문을 했고 나도 그건 그런 부분이 있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아크로폴리스는 미케네 문명에서부터 각 폴리스들이 도시의 중심으로 삼았던 높은 곳의 명칭으로, 아테네만의 장소는 아니다. 하지만 폴리스들 중 가장 번성했던 아테네의 이 곳이 그 중 대표라는 점은 확실하다.

나는 여기서, 왜 그리스 신들이 올림푸스 “산"에 머무는지 알 수 있었다. 신은 가장 높은 곳에 계시며 하늘과 맞닿는 장소가 고대 그리스인들에게는 곧 신을 모시고 만나는 곳이었던 것이다. (이 관념은 성지 델포이에서도 잘 드러난다.)

아크로폴리스에서보이는에게해

여기서 멀리 보이는 에게 해는 햇빛이 황금색으로 반사되어, 왜 이아손이 “황금 양털"을 찾아 지평선 너머로 항해에 나섰는지 알게 해주었다. 이런 풍경에서는 바다 저 너머에 황금으로 빛나는 양 가죽이 있었다고 믿을만하다.

날씨만 허락한다면 아테네 여행에서 가장 먼저 보아야 할 곳이다. 고대 아테네 유적은 대부분 이 아크로폴리스가 보이는 곳에 자리하는데, 이 곳에서 내려다 보고 그 곳들에서 다시 올려다 보면서 아테네는 아크로폴리스와 그 비탈들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간 도시구나, 실감할 수 있었다.

즉 밑에서 아크로폴리스를 올려다보며 올라가고, 그 위에서 도시를 내려다보고, 도시에서 멀리서 아크로폴리스를 올려다보는 전개가 정석이다.

아크로폴리스에서내려다보는시가지

파르테논 신전

파르테논신전

전세계적인 아이콘. 보수를 위해 남은 조각상들을 모두 떼어냈지만 그 크기와 기둥만으로도 그 아우라는 충분히 거대하다. 아크로폴리스는 그 장소만으로도 의미가 깊지만 이 신전이 남아 있어서 그리스 제일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17세기까지만 해도 교회로 쓰일 정도로 잘 보존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아쉬웠다. 동행은 베네치아라고 날리고 싶어서 날렸겠냐는 츳코미를 날렸다만. 😇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아테네에서 박물관에서 크게 만족하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곳은 예외이다. 아크로폴리스와 그 비탈에서의 유물들을 모아놓았는데, 실제 위치에서는 멀어 보기 힘든 당시 작품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올라가서 저 위치에 저게 있었구나, 상상하면서 보는 게 좋았다. 유물의 양과 질도 좋은 편이다. 다만 입장료가 비싸다…

아고라

아고라에서올려다본아크로폴리스

로만 아고라와 아테네(고대) 아고라가 있는데, 아크로폴리스 북부 비탈에서 이어져 있는 정통은 고대 아고라쪽이다. 로만 아고라와 히드리아누스 도서관 터는 입장하지 않고 외부에서 내려다보는 정도로 지나가면 충분했다. 굳이 돈 내고 들어갈 필요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크로폴리스에서 아고라까지 걸어가는 거리는 관광지로서 매우 예쁘고 분위기도 좋아서 즐겁게 걸을 수 있었다. 주위에 식당과 카페도 많아 식사하면서 잠시 쉬는 것도 좋을 듯. 다만 2km 정도로 꽤 오래 걸어야 하므로 걷는데 자신이 없다면 지하철(1 정거장)을 타고 가는 편이 좋다.

건물 배치도를 폰으로 찍어 두고 실 위치를 짚어보면 전성기의 아테네가 어느 정도였는지 감이 온다. 생각보다 크지만 또한 도시국가를 벗어나지는 못했던 규모. 아그리파가 자기 이름을 건 건물을 한중앙에 세운 것은, 로마의 승리를 상징하는 듯해서 착잡했다. 당시 사람들은 좋아했을 수도 있겠지만.

헤파이스토스 신전

고대 아테네 신전으로는 가장 잘 보존된 신전. 아고라 내부 작은 언덕 위에 있다. 아고라 전경과 아크로폴리스까지 이어지는 북부 슬로프를 전망할 수 있다.

헤파이스토스신전

건물 자체는 대단하다는 느낌까지는 없지만 고대 그리스 신전의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성사도 성당

아테네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중 하나라고 하는데, 세월의 흐름이 느껴졌다. 큰 감동은 아니더라도 아고라가 꾸준히 이용되어 온 흔적이기도 해서 오래 보고 있었다.

성사도성당

플라카 지구

고대 아고라에서 신타그마 광장 주변까지인데, 관광객용으로의 세련된 가게들이 많았다.

아크로폴리스, 고대 아고라, 신타그마 광장을 꼭지점으로 하는 지구는 아이 쇼핑이던, 촘촘히 박혀있는 역사적 유적들의 탐사이던 매우 좋은 산책 코스였다. 반나절 내내 빙빙 돌며 걸어도 계속 볼 것이 나온다.

신타그마 광장과 그 주변

이 곳은 아테네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어서 가게,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오래된 정교회 성당들이 촘촘히 존재해서 거리 구경하는 김에 하나씩 들러보았다.

성당앞에서의공연

박물관들

아테네 더 나아가 그리스 유물들은 기독교, 이슬람교 시대를 지나며 훼손된 경우가 많아서 바쁘다면 굳이 박물관에 시간 내서 들러야 할 필요까지는 없을 듯하지만, 그렇다고 그 내용이 빈약하지는 않다. 유물이 훼손된 경우가 많아서 아쉬울 뿐.

고고학 박물관

그리스와 에게 해 전체의 문명 발전 과정을 잘 보여주는 박물관.

아테네 관광 핵심지들과는 좀 동떨어져 있는데, 이 근처가 치안이 좋지 않은 곳이므로 해 지기 전에 나오는 편이 좋다. 해 진 후에 걷기에는 좀 불안했다. 건물과 정원이 예뻤다.

고고학박물관

아테네 키클라데스 예술 박물관

에게 해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했던 키클라데스 제도 고대 문명에 대한 박물관. 일반적인 그리스 유물들도 전시하고 있어서 (특히 비싼 입장료를 고려하면) 키클라데스 제도 문명의 유명한 여인상의 수는 적은 편. 그리고 최고 명작들은 고고학 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박물관 건물 쪽이 우아하고 모던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미뤄두다가 떠나는 날 3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서 갔는데, 안 갔으면 아쉬울 뻔했다.

키클라데스예술박물관

비잔티움과 그리스도교 박물관

이 곳도 전시물보다는 본관 건물과 부속 정원이 동로마 제국 시절의 전형적인 저택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 한적한 분위기와 낯선 양식이 흥미로웠다.

전시물의 질은 높으나 양은 매우 적다. 하지만 그만큼 입장료가 싸서 시간적으로 여유가 된다면 들러볼만하다. 겨울에 보는대도 괜찮았다.

날씨가 좋다면 정원의 카페에 들러보는 것도 좋을 듯.

그리스도교박물관

아테네에서 움직이기

아테네에서 대중교통은 공항 철도를 제외하면, 1회권, 2회권, 5회권, 10회권, 24시간권 표로 종류 불문 하고 다 탈 수 있다. 환승도 지원되므로 내릴 때도 터치해야 한다.

이 티켓은 지하철역, 트램역에서 자동판매기에서 신용카드로 구입 가능하고,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가게에서 판다는데 나는 발견하지 못했다. 다닐 예정을 고려해서 살 수 있을 때 다회권이나 24시간권을 구입해서 다니는 쪽이 편리했다. 터치는 자기식으로 잘 된다.

택시의 경우, 거리 상 필요가 적지만 요금 계산에서 억지를 부리곤 하니 우버 등을 이용하는 편이 안전하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각 지역 별로 고정 요금이니 Information Center에서 호텔이나 동네 이름을 말하면 알려주는 가격을 듣고 타면 된다.

아테네에서 먹기

아테네의 음식은 고기 구이와 그리스 샐러드, 요구르트 소스가 맛있다. 문어구이는 특색이 있어 한 번은 사 먹어 볼만한데, 나는 그렇게 맛있게 먹지는 않았다.

전반적으로 식당들이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유일하게 두 번 간 가게가 숙소 근처의 인도요리점이었을 정도. 구글 지도 점수를 참고했음에도 식당 성공률은 50% 정도였다.

식사 시간

그리스인들은 특히 저녁 식사를 늦게 하기 때문에, 한국인 기준으로 6시 정도면 붐비기 전에 먹을 수 있다. 다만 식당이 준비가 덜 되어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조금 기다릴 수는 있다.

고기!

수블라키, 지로스(Gyros), 무사카 등 고기 요리가 매우 맛있다. 아크로폴리스 주변 식당들 보다는 플라카 지구의 식당들이 일반적으로 더 나으므로 나와서 먹을 것. 아크로폴리스 부근 식당들은 구글 지도 점수가 높아도 한 곳 제외하고는 그렇게 추천하기 어렵다.

의외로 아크로폴리스의 맥도날드 빅맥이 먹을만하다. 신맛 잘 쓰고 고기 잘 굽는 전통이 확실히 빅맥에도 통하는듯. ㅋㅋㅋ;

Meat n Roses Kolonaki

구글맵링크

고기 굽는 곳으로는 아테네에서 먹은 곳들 중 가장 즐거운 곳이었다.

수블라키와 Pork Gyros가 매우 맛있었다. 가격도 아테네 치고는 싼 편이었고. 다만 스테이크는 너무 익히는 경향이 있어서 가성비로 추천하기는 어렵다.

Opos Palia (Όπως Παλιά)

구글맵링크

아크로폴리스 근처에서 가장 먹을만한 식당. 맛도 분위기도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시장 같은 편한 분위기에서 푸짐하고 서민적인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일정만 아니었으면 2번, 3번 가고 싶었던 식당. 다만 그리스가 다 그렇듯이 바깥에서 먹을 경우 옆사람이 흡연할 수는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양이 많으므로 이거저거 시키지 말 것. 고기 스튜하고 파스타 정도면 덩치 2인 식사로 충분했다.

요구르트!

요구르트 단품보다는 소스로서 많이 쓰이는데, 식당마다 조합이 다르고 고기 찍어먹고 빵에 발라 먹고 그냥 떠 먹고 끼니 때마다 먹는다. 질감이 부드럽고 산미가 강해서 매우 맛있다. 특히 오이를 넣은 요구르트는 그것만으로도 식당에 대한 평가를 올려야 할 정도였다. 😁

와인?

와인 전통으로는 유럽 최고라 할 곳이지만, 가성비는 좋아도 딱히 대단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굳이 비싼 와인보다는 싼 와인으로 실속있게 즐기는게 좋을 듯 하다.

유럽에서도 비싼 와인은 비싸니, 싼 와인으로 즐기는 게 실속있지만, 와인 전문가 말로는 그 비싼 정도가 훨씬 덜하다고는 하더라.; 하지만 그렇게까지 비싼 와인은 안(못) 사먹는 걸. 😇

아테네에서 사기

사는 곳

아크로폴리스 바로 앞 거리에도 체인점 슈퍼마켓이 들어와 있으므로, 일반적인 물건의 경우 관광상품점이나 노점상에게서 살 필요는 없다. 소액이어도 카드 결제 잘 된다. 비닐 봉투는 Plastic bag이라고 하면 주지만 유료였다.

쇼핑에 시간을 쓰고 싶다면, ΣΚΛΑΒΕΝΙΤΗΣ(Sklaventis)등의 대형 슈퍼마켓이 당연히도 훨씬 좋았다. 델포이 등지를 가기 위해 렌터카를 빌릴 때 교외의 대형 슈퍼마켓을 체크해서 갔는데, 모든 면에서 대만족이었다. 주류도 대형 마트에서 살 걸 그랬다… 판매점 직원이 너무 예뻐서 가기를 잘 했다고 생각하지만. 😂

비누

올리브 비누가 매우 좋다. 그 중 PalmOlive라는 브랜드가 좋았다. 심지어 올리브를 특산품으로 내세우는 이스탄불 마트에서도 팔 정도로 유명.; 몇 종류 사서 써 봤는데 다 괜찮았지만 팜올리브가 거품도 잘 나고 피부의 건조감이 확실히 덜했다. 씻기 좋아하는 사람은 여러 종류 사서 써 보는 것도 재미일 듯.

올리브유

싸고 종류도 많고 좋다. 다만 시내 마트에서 그렇고 공항 면세점은 같은 물건인데도 가격이 2~3배에 달했다. 시내에서 미리 사두는 편이 좋다. 유리병은 부담스럽고, 캔에 든 제품을 몇 병 사 왔다.

기념품류

마그넷 등의 기념품은 많은 가게들이 모여 있는 플라카 지구에서 사는 편이 좋다. 수작업 그림이나 조각 등 특색있는 가게들이 많으므로 보인다고 바로 사지 말고 플라카 지구를 한바퀴 둘러보고 맘에 드는 것을 사면 된다.

아테네 편을 마치며

소감인지 정보 모음인지 모르게 되어버렸지만, 혹시라도 도움을 받으시는 분이 있으면 좋겠다.

개정 로그

TODO

  1. 맛집 소개 및 링크 삽입.
  2. 사진 삽입. (반 정도 달성)
  3. 식당 추가 및 사진 삽입.